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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졸업' 추천 - 연출, 분석

by Genuine korean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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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졸업(The Midnight Romance in Hagwon)'
드라마 '졸업(The Midnight Romance in Hagwon)'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졸업'은 방영 전부터 크게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는 데도 제가 손꼽아 기다렸었고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역시나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입니다. 안판석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 방식과 현실적인 스토리는 이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를 통해 뚜렷한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근에 방영한 '협상의 기술'은 새로운 장르로 안판석 감독의 스타일을 고집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호불호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안판석 감독이 좋아하는 특유의 음악 스타일이 드라마와 맞지 않아 비판적인 의견이 있었지만 로맨스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감히 윤석호 감독과 함께 양대산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드라마의 영문 제목은 'The Midnight Romance in Hagwon'로 매우 다른 제목이지만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학생들에게 '학원'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야 했습니다. 

안판석 감독의 연출 스타일

안판석 감독은 한국 드라마계에서 ‘생활밀착형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연출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의 연출은 과장되지 않은 현실성 있는 대사, 느린 호흡의 카메라 워킹, 그리고 인물 간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여백의 미가 특징입니다. ‘졸업’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안 감독은 빠른 전개보다는 인물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며, 시청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이끕니다. 특히 인물 간의 거리감과 시선처리를 강조한 화면 구성이 돋보이며,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감정선을 강조하는 섬세함도 눈에 띕니다. 또한, OST를 절제하여 사용하는 대신 침묵과 환경음을 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안판석 감독의 전매특허 중 하나입니다. 덕분에 드라마 속 인물의 내면이 더 깊이 전달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듭니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도 탁월한 역량을 보이는데, 이는 연출자의 ‘관찰자적 시선’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졸업’은 이런 스타일을 가장 안정감 있게 보여준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안판석 감독이 작업한 드라마들 중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모두 롱테이크 신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졸업'에서도 두 주인공이 교수 스타일을 두고 대치할 때 엄청난 양의 대사와 긴 테이크임에도 실감나는 감정 연기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해당 신의 노 컷 메이킹 씬을 돌려보곤 합니다. 

또 다른 특징은 안판석 감독은 모든 작품의 비슷한 톤을 유지하고 싶은 건지, 혹은 본인만의 이스터 에그를 만들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같은 조연배우를 반복적으로 작품에 넣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인공의 부모를 같은 배우가 드라마에 같은 듯 다른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하고 전 작에서 동생 역할이었던 배우가 다음 드라마에서는 회사 동료로 출연하는 식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좋다 나쁘다 의견은 없는데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졸업'의 캐스팅에서 가장 탁월했고 좋았던 부분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의 남동생으로 나왔던 위하준이 '졸업'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왔던 것입니다. 전 작에서는 신인에 가까웠던 위하준이 '오징어 게임', '최악의 악' 등의 다른 작품들로 성장한 뒤 같은 감독의 주인공으로 돌아온 것은 특별한 요소였습니다. 비교적 짧은 촬영 기간이었고 스케일이 소소하고 무던했던 드라마였음에도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위하준이 눈물을 흘리는 메이킹 필름을 보고 안판석 감독에게 캐스팅은 단순 직장 동료 이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하준에게는 분명 특별한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려원의 연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주 예전에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연기했던 것만 보고 다른 작품은 딱히 본 적이 없는데 생각보다 섬세하게 연기해서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실제 대치동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학원 교사의 역할을 정말 찰떡같이 소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의 서사 구조 분석

드라마 ‘졸업’은 일반적인 로맨스나 청춘극의 틀에서 벗어나 ‘관계의 흐름’을 중심으로 구성된 서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시작은 매우 일상적이며 잔잔하지만, 이면에 깔린 긴장감은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이 드라마의 전개는 기승전결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에피소드 중심의 파편화된 구조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주제 의식은 일관됩니다. 바로 ‘성장’과 ‘성찰’입니다. 각 회차는 주요 인물들의 작은 변화와 관계의 균열,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감정을 해소하거나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며, 서사는 이 감정선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짜여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시청자에게 강렬한 드라마틱한 전환보다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투영하게 만듭니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캐릭터 간 갈등이 고조되고, 이로 인해 주인공의 내면이 변화하게 되며, 결국 결말에 이르러서는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서사 방식은 전형적인 해피엔딩보다는 현실적인 감정을 중시하는 안판석 감독의 연출 철학이 잘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반전 없이 예상할 수 있는 전개였음에도 눈을 떼지 못했던 것은 분명 작가의 섬세한 필력과 안판석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잘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판선 감독의 드라마에는 단순 로맨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입니다. '봄밤'에서는 싱글 대디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직장 내 성차별,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슈를 다루었습니다. '졸업'에서는 사교육 문제와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 등을 잘 보여줍니다. 제가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졸업'을 추천하는 이유

이 드라마는 요즘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현실 밀착형 스토리’가 중심에 있습니다. 흔한 로맨틱 판타지 대신,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을 수 있는 감정과 갈등을 깊이 있게 풀어내면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또한, 안판석 감독의 이름값과 연출 스타일에 대한 기대감이 시청 전부터 형성되었고, 실제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퀄리티 높은 연출, 아니 오히려 그 전 작보다 발전한 연출력은 높게 살 만 합니다. 또한 자극적인 전개와 막장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아름답고 섬세할 수 있는 지 보여줍니다.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도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특히 주연 배우들의 내면 연기가 뛰어나며, 대사 하나하나에 감정이 담겨 있어 시청자들이 마치 그 상황 안에 있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미장센, 편집, 장소 선정 등에서 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시간과 공간, 계절감을 듬뿍 담은 영상미와 잔잔하게 파고드는 OST는 이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드라마 ‘졸업’은 단순한 멜로 드라마가 아니라, 안판석 감독의 연출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입니다.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조율한 연출, 현실적인 서사 구조, 시청자의 감정을 건드리는 대사와 연기가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아직 이 드라마를 접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한 번쯤 시청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감정의 깊이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