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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감상평

Genuine korean 2025. 4. 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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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저는 공포, 스릴러, 고어 장르, 너무 어둡거나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굳이 봤던 작품들이 여러개 있는데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 중 하나입니다. 그저 좀비 드라마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단순히 무서운 장면이나 스릴 넘치는 전개를 기대하고 본 사람들도, 어느새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인물들의 관계에 빠져들게 되죠. 한국 드라마 특유의 서정적인 연출과 현실적인 메시지가 버무려진, 말 그대로 ‘한국형 좀비물’의 진화된 모습입니다.

좀비물, 한국 스타일로 진화하다

전 이 드라마의 배경이 학교라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많은 좀비 드라마가 외부의 위협에서 살아남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보다 훨씬 더 내밀한 감정을 다룹니다. 학교라는 공간, 그리고 학생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생존이 주요 이야기죠. 친구가 좀비가 되었을 때, 그를 구할 수 있을까? 혹은 죽여야 할까? 이런 딜레마는 단순한 생존 싸움을 넘어서 인간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관점에서 ‘학교’라는 공간 설정은 굉장히 탁월했어요. 많은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소이고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이 겪는 갈등과 의리, 우정은 그 나이를 놓고 볼 때 어떤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도 납득할 수 밖에 없었어요. 오히려 학생들이 어른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는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교사를 한 명 등장 시키면서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좋은 선생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든 더 많이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다가 희생당한 교사는 감동적이면서도 잔인하게 느껴졌어요. 중반부에 개인적인 감정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학생을 담임교사가 끝까지 보호하다가 희생당하는 부분은 화가 나기도 하고 너무 슬펐습니다. 이렇듯 한국의 좀비물은 거의 시초였던 '부산행'도 그랬고 단순 오락용 좀비물을 기대하면서 본 시청자들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극도의 감정으로 몰고 갑니다. 교실, 복도, 체육관 하나하나가 익숙하면서도,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존재가 등장했을 때의 괴리감이 오히려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여기에 각 캐릭터의 배경 서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마치 하나의 장편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주 짧은 장면이었지만 정말 잘 설정했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다른 좀비물과는 다르게 주인공들이 '좀비'라는 존재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처음 좀비가 나타났을 때 한 학생이 '부산행이다!'라고 외치는 부분은 뭔가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순간이었고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원작인 웹툰에도 나온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릎을 탁치게 하는 설정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웹툰을 드라마화할 때 여러 제약들과 조건들을 아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여 잘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퍼지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되면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였죠. 공개되자마자 여러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SNS에서는 수많은 밈과 팬아트가 쏟아졌어요. Z세대를 중심으로 특히 인기가 많았는데요, 그 이유는 단순해요. 이 드라마가 다루는 청소년의 불안, 외로움, 소외 같은 감정은 국경을 넘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거든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이 이렇게 전 세계로 퍼질 수 있었을까요? 자막과 더빙, 그리고 추천 시스템까지. 기술과 플랫폼이 콘텐츠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습니다. 이제는 ‘K좀비’ 하면 '부산행과 '킹덤'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학교는'도 떠오르게 됐죠. 세 작품 모두 K-좀비의 대표주자가 되었습니다.

제작진의 노력, 디테일 속에 담긴 진심

이 드라마가 더욱 빛났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현실감’이에요. 좀비 특수분장이나 액션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캐릭터들의 반응이었어요. 정말 위기의 순간, 인간이라면 할 수 있는 선택과 그 갈등을 너무 잘 표현했죠. 연기자들도 대부분 신인이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누군가를 ‘배우’로 보기보단 ‘진짜 학생’처럼 느껴졌달까요? 제작진도 대단했습니다. 원작 웹툰의 스토리를 잘 살리면서도 영상 매체만의 강점을 제대로 살렸거든요. 특히 좀비의 움직임은 전문 무용수들이 표현했다고 해요. 동작 하나하나에 리듬과 계획이 있었고, 덕분에 마치 ‘한국식 좀비’가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과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이게 바로 한국형 장르물의 힘 아닐까요? 건너 듣기로 많은 배우들이 좀비 연기를 꺼려한다고 합니다. 아마 연기 하기 까다롭기도 하고 분장이나 움직임들을 연기할 때 많이 망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신인 배우나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 나와서 딱히 겹쳐보이는 작품도 없고 몰입하기에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 역할로 나와서 좀비 연기를 한 중년 배우들도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미 학교라는 공간에서 흥미를 극대화했는데 풋풋한 사랑이야기까지 더해지니 이 드라마는 재미없을 래야 재미없을 수가 없었던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주목받은 네 명의 주연 배우들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로운은 이 작품으로 처음봤는데 앞으로가 기대되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딱 하나 아쉬운 건 너무 평범한 영문 타이틀인데 원래 제목이나 좀 더 창의적인 타이틀을 뽑을 수는 없었나 싶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단순히 좀비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청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 관계, 생존, 그리고 성장까지 담긴 복합적인 이야기입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시즌2가 나오기 전에 지금이라도 꼭 한 번 시청해 보세요. 특히 '부산행'을 재미있게 봤다면 이 드라마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